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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1000만원 시대’는 오늘의 대학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때문에 공부보다 ‘알바’에 더 매달린다. 학자금 대출을 했다가 제때 갚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등록금을 마련키 위해 ‘부업 전선’에 나서는 학부모도 많다. 대학 들어가기 힘든 세상이지만 막상 들어가서는 더 힘든 게 대학이다. 학부모와 대학생 등 7명을 선정,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는 삶과 개선책을 들어봤다. 대학생들은 “한 달에 운동화 한 켤레가 닳도록 알바를 해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학생인지 알바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경칭 생략)


 
■현재 본인이 재학 중이거나 자녀가 재학 중인 대학의 등록금은 얼마나 됩니까. 대학이 말하는 등록금 인상의 이유는 무엇이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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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이은주(한밭대 3년) “뒤따라올 동생 생각 수도권 대학 포기도”
●우측: 고기훈(강원대 4년) “6.67% 학자금 대출 이율이 너무 높아요”


이희정=큰아들의 지난 학기 등록금이 350만원쯤이었습니다. 학교들은 등록금 고지를 낼 때
2~3일 안에 현금으로 내라고 합니다. 카드는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이후 등록금은 줄곧 오르기만 했는데, 단 한 번도 인상분에 대한 고지는 없었어요. 대학들이 학부모들에게 인상폭과 그 근거에 대해 설명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태민=동감입니다. 저는 군복무를 마치고 2학년에 복학한 아들(23)과 딸(20) 등 둘의 등록금으로 한 학기에 810만원을 냈습니다. 지난해보다 10% 올랐어요. 그러나 두 대학 모두 왜 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었어요. 이렇게 아무런 명분이나 이유를 대지 못하는 등록금 인상은 문제가 있습니다. 등록금도 대학 홈페이지에 띄워 놓은 것을 확인하고 냈습니다. 기간도 겨우 1주일 정도를 주고 내라고 다그쳐서야 되겠습니까. 이렇게 권위적인 대학에서 아이들이 뭘 배울까 생각하면 숨이 콱 막힙니다. 그런 곳에 등록금을 바칠 수밖에 없는 저도 참 딱한 처지라는 생각도 들고요.

고기훈=저는 그나마 학비 부담이 덜하다는 국립대에 재학 중이지만 올해 신입생 12%, 재학생 9%를 올린다고 합니다. 지난 학기에 208만원을 냈으니까 올해 20만원쯤 오를 것 같습니다. 매년 인상요인으로 학생복지 향상 문제가 거론되는데, 실제 피부에 와닿는 효과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손아연=1학년 때 340만원, 2학년 때 360만원, 3학년 1학기 때 399만원이었습니다. 매년 20만~30만원 오른 셈입니다. 교수 확보, 기자재 확충 등이 등록금 인상요인인데, 실제로 보면 시간강사가 수업을 하는 과목도 많고, 교육기자재도 확충된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등록금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이은주=사립대에 다니는 제 동생도 올해 30만원 정도 올랐더라고요. 부모님 입장에서 볼 때는 정말 너무하다 싶어요.

장일호=이번 학기에 370만원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학생이 봉인가요. 오죽하면 시위 싫어하는 어머니께서 “등록금 내지 말고 투쟁하라”고 하실 정도겠어요. 내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현금인출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해요. 1년 휴학하고 최저임금을 받으며 알바를 해 돈을 모아도 1년 학비가 안돼요.


■등록금 마련은 어떻게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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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저는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합니다. 비교적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동생의 등록금만으로도 힘겨워 하시는 부모님을 돕고 싶었어요. 제 생각에도 전 정말 열심히 살아요. 하루의 절반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보시면 돼요. 야간대학에 다니니까 낮에 개인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식당에서 밤 12시까지 일해요. 한 달 100만원 벌어서 등록금 대고 책 사고 용돈 쓰고 해요.

장일호=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1997년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가계사정이 어려워졌어요. 어머니는 현재 식당에서 일하시고요.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졸업 후 3년간 회사에 다녔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모아놓은 돈으로 1년 등록금은 냈지만, 전셋값이 오르고 어머니 건강까지 악화돼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졸업을 포기할 심정으로 휴학도 했고요. 지금은 언론사에서 사무보조로 일하면서 월 80만원쯤 벌고 있어요.

정택희=저는 대형 마트 판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마련합니다. 등록금 때문에 ‘만능 알바’가 됐어요. 심부름센터, 공사현장 잡부, 호프집 서빙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낯선 일이 없을 정도예요. 그런데 알바를 하면서 저처럼 등록금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어요.

이희정=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대학 학자금을 모으려고 적금을 들었어요. 4년 등록금은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2년 만에 모아둔 적금을 다 쓰게 되더군요. 모아둔 돈이 대학 등록금 인상폭을 못따라갔어요. 올해는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봤더니 대출금리가 7.65%더군요. 다른 적금을 해약해서 내는 금리가 더 쌀 것 같아서 은행 대출은 접었어요.
이태민=저는 조그마한 자동차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매달 100만원씩 적금을 넣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1200만원을 마련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생활비를 쪼개고 아껴 500만~600만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저것 계산해보니 올해부터는 3000만원 이상 들어가게 생겼어요. 늘 가위눌린 것처럼 답답합니다. 몸도 안좋은 아내가 궂은일 좋은일 안가리고 파트타임을 해서 100만원을 보탭니다.

손아연=저는 부모님께서 등록금 전액을 마련해주세요. 1년에 두 번 등록금 고지서가 우체통에 들어올 때마다 부모님께 죄인이라도 된 것 같아요. 용돈이라도 벌어 쓰려고 1년6개월 전부터 예식장 안내요원으로 띄엄띄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한 번 나가면 일당 5만원을 받는데, 예식이 주말이나 일요일에만 있어서 큰돈 벌이는 안돼요.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병원 신생아실에서 기저귀를 빨거나 젖병을 씻고 청소하는 일을 했는데 2개월 남짓한 임금이 50만원이더라고요. 돈벌이가 진짜 만만치 않더군요.

“빚쟁이 양산하는 학자금 대출 금리 확 내려야”

■등록금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담을 소개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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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이태민(학부모) “일주일 앞두고 인상 고지서 보고 숨막혀”
● 우측: 장일호(명지대 휴학중) “답답한 어머니 마저 등록금 투쟁 나서라” 

이태민=아들이 군 제대 후 5개월간 대형 유통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매일 문닫을 때까지 일해서 월 70만원을 벌어 왔습니다. 얼마나 부지런히 뛰어다녔는지 운동화 한 켤레가 한 달을 못넘겨 바닥에 구멍이 날 정도로 닳더군요. 그걸 처음 본 아내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자식 두 명을 대학에 보내려다보니 부부 사이도 소원해지는 것 같아요. 토·일요일에도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야 되고, 아내도 시간제 근로를 마치고 파김치가 돼서 돌아오니 안타깝지요.

이희정=자식 둘 둔 부모는 정말 등록금 걱정이 잘 날이 없어요. 전 작은아들이 올해 고3이에요. 내년이면 대학에 갈 텐데, 둘이 합쳐 한 학기에 1000만원은 있어야 하잖아요. 이 상황이 앞으로 7~8년쯤 더 남았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하죠. 남은 기간 나도 일을 쉬면 안되는 상황이니 부담이 크죠. 작은아들은 바로 군대에 가게 하고 큰아들을 먼저 졸업시켜야 하나 고민이에요.

정택희=전 등록금을 버느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속이 상할 때도 있었지만, 주어진 냉혹한 현실을 극복하는 것은 나 스스로 뛰는 길밖에 없구나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들곤 합니다. 원래 적성에 맞는 ㅇ대학 전기전자학부에 합격해서 입학하려고 했지만, 등록금이 문제여서 대학을 포기하고 바로 군에 자원 입대했어요. 이후 가장 등록금 부담이 적은 대학을 택했지요.

이은주=저도 마찬가지에요. 2005년 대학 들어갈 때 등록금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요. 고교 졸업 때 성적이 좋아 수도권 사립대에 갈 수 있었는데, 등록금 때문에 사립대를 포기했어요. 2년 후면 동생이 대학에 들어갈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만 생각할 수는 없었어요.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 야간학과를 어쩔 수 없이 선택했어요. 저도 정택희씨처럼 친구들을 제대로 만날 수 없어서 인간관계 폭이 줄어드는 것 같은 불안함을 느끼기도 해요.

장일호=저는 등록금을 더 댈 능력이 없어서 휴학할 때 많이 좌절했어요. 상업고 출신에다 3년 직장경력을 갖고도 ‘고졸’이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는 회사도 많았어요.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떨어질 때에는 지금 와서 말이지만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그때 이 땅의 고졸에 대해 뼈아프게 느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80%가 대학에 진학한다지만, 적어도 20% 이상은 여전히 고졸로, 혹은 중졸로, 혹은 그 이하로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대졸 구직자들에 비해 더 크고 아프지 않을까 싶었어요.


■등록금 마련 때문에 은행권 등에서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이희정=아직까진 없어요. 작은아들이 일단 대학에 들어가는 게 더 문제예요. 성적이 안 좋아 지방대에 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중입니다. 혹시 그렇다면 등록금 이외에 생활비가 더 들어갈 테니까요. 어떻게든 집에서 통학이 가능한 대학에 가야 할 텐데 말이에요.

이은주=대학 2학년 때인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을 못했어요. 그때 150만원쯤 대출을 받았어요. 동생도 대학에 처음 들어갈 때 입학금과 등록금을 합쳐 400만원쯤 대출을 받았고요. 아직 상환기간이 안돼 대출상환 부담은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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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훈=지난 학기에 연 6.67% 이율로 258만원 학자금 대출을 받았어요. 서류준비가 다소 복잡하기는 했지만 대출은 어렵지 않았는데, 의아스러웠던 것은 이율이었어요. 학업을 위한 대출인데 어떻게 일반 대출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인가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이태민=이제 매년 1500만원 정도를 은행에 빚져야 할 판입니다. 매달 100만원을 저축하니까 은행에서도 그다지 까다롭게 굴지는 않더군요. 원금 4500만원에 따로 이자를 내야 하니까 못갚는다고 해도 3년간 4500만원에 해당하는 이자를 내야 하니까, 늘 어디 말뚝에 매인 것처럼 몸과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지요.


■등록금 1000만원 시대, 해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이태민=등록금은 인상되고 장학금 규모는 줄어드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합니다. 대학들은 들어온 등록금을 쌓아만 두고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나라도 해마다 너무 많은 세금을 거두고 있고요.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등록금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단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해서 급격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정부에서도 파격적인 장학금을 내놓는 제도를 함께 동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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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학자금 대출금리부터 당장 인하해야 합니다. 7.65%는 너무 과다합니다. 아예 대학 학자금에 대해서는 금리를 없애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등록금 후불제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서 혜택받은 것을 갚는 개념이 되도록 시스템이 마련돼야 부모에게 과다한 부담이 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한 학기 수백만원 하는 등록금을 마련하다가 부모들은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라니까요.

이은주=그냥 대학들에 자율이라고 맡겨놓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이면 사회적인 문제가 아닌가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두 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어요. 이게 온당한 것인가요. 사회적인 여론이 조성될 때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해요. 대학 적립금 등에 대해 정부가 강력하게 통제해야 합니다.

정택희=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얼마나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많은지 모릅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등록금 지원은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네요.

고기훈=맞는 말씀이에요. 장학금 없이는 대학에 다닐 수 없는 처지의 학생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정부에서 교육재정을 늘려야 할 텐데, 되레 지난 국회에서는 1000억원 정도가 삭감됐다고 들었습니다.

장일호=노동시장에서는 대학 졸업장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데, 모두가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인재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채무자들을 양성하는 것 또한 큰 문제라고 봅니다. 대학의 진짜 경쟁력이란 새로운 혹은 좋은 건물이나 로스쿨 따위에서 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문마저 돈의 가치로 지배되는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죠. 학생들이 가만히 있는다고, 저항하지 않는다고 쉬이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앞에 두고 연대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은근슬쩍 아무 문제 없다는 듯 넘어가는 어른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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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등록금넷